농암 김창협(1651) 80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次屛間晦翁八絶 1(차병간회옹팔절 1) 병풍에 쓰인 회옹 주희의 절구 여덟 수에 차운하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次屛間晦翁八絶 1(차병간회옹팔절 1)병풍에 쓰인 회옹 주희의 절구 여덟 수에 차운하다  日長澹無趣 (일장담무취)낮은 기나긴데 조용하고 흥도 일지 않으니 高齋晝眠閒 (고재주면한)높직한 서재에서 한가롭게 낮잠 자네. 吏散門柳下 (이산문류하)아전衙前들은 문 앞 버드나무 아래서 흩어지고 鳥鳴庭樹間 (조명정수간)새들만 뜰에 심은 나무들 사이에서 울어 대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上驪江舟中夜宿(상려강주중야숙) 여강 오르는 배에서 밤을 묵어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上驪江舟中夜宿(상려강주중야숙) 여강 오르는 배에서 밤을 묵어  江漢秋濤盛(강한추도성) 강한에 가을 파도가 높은데孤槎似泛河(고사사범하) 외로운 뗏목이 황하에 띄운 듯 하여라月高檣影直(월고장영직) 달이 놓아 돗대 그림자 곧은데沙濶露華多(사활로화다) 모래벗은 넓은데 이슬이 빛난다隔岸望煙火(격안망연화) 언덕넘어 밥짖는 연기 바라보니隣船聽笑歌(린선청소가) 배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또 노래소리潛魚亦不睡(잠어역불수) 물속에 노니는 고기도 잠못 이루는데舷底暗吹波(현저암취파) 배 아래엔 조용히 물결이 이는구나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次劍南韻(차검난운)육유의 시에 차운하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次劍南韻(차검난운)육유의 시에 차운하다 亞檻榴花鶴啄開(아함류화학탁개)난간 앞 석류꽃은 학이 쫀 듯 벌어지고 平湖綠漲映金罍(평호록창영금뢰)물결이 잔잔한 혼수에 넘치는 푸른빛이 금잔에 비치네 樓頭數陳巴陵雨(루두수진파릉우)누대 위에 몇 차례 파릉의 비가 쏟아지니 嶺得營丘筆意來(령득영구필의래)산수화 그리는 솜씨를 얻은 것처럼 붓놀림을 하고 싶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除夕詠所見(제석영소견) 섣달 그믐날 밤에 본 것을 읊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除夕詠所見(제석영소견)섣달 그믐날 밤에 본 것을 읊다 島霧汀煙欲放春(도무정연욕방춘)섬과 물가에 자욱한 안개가 봄기운을 자아내니 冰江幾處拆龍鱗(빙강지처탁용린)얼어붙은 강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얼음이 몇 군데나 갈라졌을까 黃昏燈火分南岸(황혼등화분남안)해 질 녘 남쪽 기슭 여기저기에 등불을 밝혀놓고 打鼓船船賽水神(타고선선새수신)배마다 북을 치며 물을 다스리는 신에게 제사 드리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卽 事 (즉 사)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卽 事 (즉 사)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滅沒煙波淼遠灣(멸몰연파묘원만)물 위에 자욱했던 안개 걷히니 물굽이 아득히 멀고 雲深不見桂陽山(운심불견계양산)구름 잔뜩 끼어 계양산이 보이지 않네 疏簾雨映三杯酒(소렴우영삼배주)성긴 발 너머 비 내리는데 석 잔술 마시며 坐數漁舠點點還(죄수어도점점환)여기저기 흩어져 돌아오는 거룻배를 앉아서 헤아리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臨別口號(임별구호) 이별을 앞두고 즉석에서 시를 지어 읊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臨別口號(임별구호)이별을 앞두고 즉석에서 시를 지어 읊다 沽取村醪草塞甁(고취촌료초색병)시골 막걸리 사오는데 풀로 술병을 막고는 離杯緩酌暮山靑(이배완작모산청)저물녘 푸른 산에서 이별의 술잔을 천천히 따르네 知君也愛春湖色(지군야애춘호색)그대도 봄 호수의 물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他日相期渼上亭(타일상기미상정)훗날 미수가 정자에서 서로 만나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孤山菴(고산암) 고산암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孤山菴(고산암) 고산암 結構寄空表(경구기공표)집을 지어 공중에 걸어 놓았고駕石作飛梁(가석작비량)돌을 건너질러 구름다리를 만들었네自非冥寂士(자비명적사)스스로 그윽한 곳에서 조용히 사는 선비가 아니라면棲息豈所當(서식기소당)이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이 마땅할까九峯在戶牖(구봉재호유)구정봉이 들창 앞에 있으니岧嶢永相望(초요영상망)우뚝 솟은 그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九井峰(구정봉) 구정봉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九井峰(구정봉) 구정봉 天爲九龍居(청위구룡거)조물주가 아홉 마리 용들 살라고峨峨作高峯(아아작고봉)우뚯 솟아 있는 높은 산봉우리를 만들었네變化曾幾年(변화증기년)일찍이 그 모습이 바뀌어 달라진 지 몇 해나 지났을까蜿蜓空舊蹤(원정공구종)부불구불하던 예전의 자취 흔적도 없네尙疑一斛水(상의일곡수)아직도 한 섬쯤 되는 우물 속 물이下與滄溟通(하여창명통)저 아래 넓고 큰 바다와 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東浮圖(동부도) 동부도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東浮圖(동부도) 동부도 精舍無餘地(정사무여지)절에 남은 땅이 없으니十畝皆種竹(십무개종죽)열 이랑의 밭에 모두 대나무를 심었네檀련映牑戶(단련영편호)아름답게 쭉 뻗은 줄기들이 들창에 비치고靈籟滿空谷(열뢰만곡곡)바람소리가 텅 빈 골짜기에 가득하네奇言緇衣子(기언치의자)검은 물을 들인 옷을 입은 승려 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말歲暮復來宿(세모복래숙)세밑에 다시 와서 묵겠다는 것이었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道岬寺(도갑사) 도갑사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道岬寺(도갑사)  도갑사 古寺好僧房(고사호승방)오래된 절 승려가 거주하는 방이 좋아一宿寄其中(일숙기기중)그 가운데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 묵네鐘鼓知永夜(종고지영야)종소리 북소리에 밤이 길기만 한데鈴鐸知高風(영탁지고풍)풍경 소리를 들으니 바람이 높은 곳에서 불어온다는 것을 알겠네寤言發眞想(오언발진상)잠이 깨어 참된 생각을 밝히니客塵他自空(객진타자공)속세의 온갖 번뇌가 저절로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