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고 김병연(1807) 74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妙香山(묘향산) 묘향산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妙香山(묘향산) 묘향산 平生所欲者何求(평생소욕자하구) 평생 소원이 무엇이었던가. 每擬妙香山一遊(매의묘향산일유) 묘향산에 한번 노니는 것이었지. 山疊疊千峰萬人(산첩첩천봉만인) 산 첩첩 천 봉 만 길에 路層層十步九休(노층층십보구휴) 길 층층 열 걸음에 아홉 번은 쉬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독수리 (독수리)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독수리 (독수리) 萬里天如咫尺間(만리천여지척간) 넓은 하늘을 지척처럼 날아가며 俄從某峰又玆山(아종모봉우자산) 이 산위에 번쩍 저산위에 번쩍 平林搏兎何雄壯(평림박토하웅장) 숲속의 토끼 잡이가 어찌나 웅장한지 也似關公出五關(야사관공출오관) 오관을 넘나드는 관운장만 같구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雪景 3 (설경 3)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 雪景 3 (설경 3) 雪日常多晴日或(설일상다청일혹) 눈 오는 날이 많고 어쩌다 개이는데 前山旣白後山亦(전산기백후산역) 앞산도 희거니와 뒷산 또한 하얗구나 推窓四面琉璃壁(추창사면유리벽) 창을 열어보니 사면이 유리벽이라 吩咐家僮故掃莫(분부가동고소막) 아이에게 눈을 쓸지 말라 당부 하누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雪景 1(설경 1)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雪景 1(설경 1) 飛來片片三月蝶(비래편편삼월접) 날리는 눈송이는 춘삼월 나비같고 踏去聲聲六月蛙(답거성성육월와) 밟히는 눈 소리는 개구리 소리나네 寒將不去多言雪(한장불거다언설) 추워서 못 가신다고 눈을 핑계 대며 醉或以留更進盃(취혹이류갱진배) 취중에 행여 머무를까 다시 술잔을 드누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雪中寒梅(설중한매) 눈속의 차가운 매화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雪中寒梅(설중한매) 눈속의 차가운 매화 雪中寒梅酒傷妓(설중한매주상기) 눈 속에 핀 차가운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 같고 風前槁柳誦經僧(풍전고류송경승) 바람 앞에 마른 버들은 불경을 외는 중 같구나. 栗花落花尨尾短(율화낙화방미단) 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榴花初生鼠耳凸(유화초생서이철) 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족한 쥐의 귀 같구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地官(조지관) 지관을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地官(조지관) 지관을 놀리다 風水先生本是虛(풍수선생본시허) 풍수 선생은 본래 허망된 말만 하는 사람이라 指南指北舌飜空(지남지북설번공) 남이다 북이다 가리키며 부질없이 혀를 놀리네. 靑山若有公侯地(청산약유공후지) 청산 속에 만약 명당 자리가 있다면 何不當年葬爾翁(하불당년장이옹) 어찌 네 아비를 파묻지 않았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淮陽過次(회양과차)회양을 지나다가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淮陽過次(회양과차)회양을 지나다가 山中處子大如孃(산중처자대여양) 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緩著粉紅短布裳(완저분홍단포상) 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赤脚踉蹌羞過客(적각량창수과객) 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松籬深院弄花香(송리심원농화향) 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白鷗時(백구시)갈매기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白鷗時(백구시)갈매기 沙白鷗白兩白白(사백구백양백백)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不辨白沙與白鷗(불변백사여백구) 모래와 갈매기를 분간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어가일성홀비거) 어부가(漁夫歌) 한 곡조에 홀연히 날아 오르니 然後沙沙復鷗鷗(연후사사부구구)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松餠(송병) 송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松餠(송병) 송편 手裡廻廻成鳥卵(수리회회성조란) 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지두개개합방순)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금반삭립봉천첩) 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輪(옥저현등월반륜) 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홀아비(홀아비)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홀아비(홀아비) 哭子靑山又葬妻(곡자청산우장처) 아들이 죽은뒤에 나누라 또한 산에 묻으니 風酸日薄轉凄凄(풍산일박전처처) 해질 녘 찬바람이 처량하기 짝이 없네 忽然歸家如僧舍(홀연귀가여승사) 집으로 돌아오니 절간처럼 쓸쓸하고 獨擁寒衾坐達鷄(독옹한금좌달계) 찬 이불 품어 안고 새벽까지 밤샌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情談(정담)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情談(정담) 樓上相逢視見明(누상상봉시견명) 다락 위에서 만나보지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만같구나 花無一語多情蜜(화무일어다정밀) 꽃은 말이 없어도 꿈을 간직하는 법 月不踰墻問深房(월불유장문심방)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放浪의 길(방랑의 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放浪의 길(방랑의 길) 白雪誰飾亂泗天(백설수식난사천) 하얀 눈가루를 누가 하늘에 뿌렸을까 雙眸忽爽霽樓前(쌍모홀상제루전) 눈이 부시도록 다락 앞이 밝구나 練鋪萬壑光斜月(연포만학광사월) 모든 골짜기에 달빛이 어린 듯 하고 玉削千峰影透烟(옥삭천봉영투연) 산을 옥으로 깎은 듯 그 모습 그윽하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可憐妓詩(가련기시) 기생 가련에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可憐妓詩(가련기시) 기생 가련에게 可憐行色可憐身(가련행색가련신)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가련문전방가련)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可憐此意傳可憐(가련차의전가련)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可憐能知可憐心(가련능지가련심)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錢(전) 돈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錢(전) 돈 周遊天下皆歡迎(주유천하개환영) 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흥국흥가세불경)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거복환래래복거)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生能死捨死能生(생능사사사능생)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게 만드는 것이 돈이니 당시에도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誰能山骨作圓圓(수능산골작원원)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천이순환지자안)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은은뇌성수수거)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사방비설낙잔잔)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方冠長竹兩班兒(방관장죽양반아)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新買鄒書大讀之(신매추서대독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白晝후孫初出袋(백주후손초출대)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黃昏蛙子亂鳴池(황혼와자난명지)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 김 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 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窓(창) 창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窓(창) 창 十字相連口字橫(십자상연구자횡)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間間棧道峽如巴(간간잔도협여파)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隣翁順熟低首入(인옹순숙저수입)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稚子難開擧手爬(치자난개거수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妓生合作(기생합작)기생과 함께 짓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妓生合作(기생합작) 기생과 함께 짓다 金笠. 平壤妓生何所能(평양기생하소능)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妓生. 能歌能舞又詩能(능가능무우시능)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金笠. 能能其中別無能(능능기중별무능)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妓生. 月夜三更呼夫能(월야삼경호부능)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靑春抱妓千金開(청춘포기천금개)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白日當樽萬事空(백일당준만사공)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홍비원천이수수)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접과청산난피화)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泛舟醉吟(범주취음)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泛舟醉吟(범주취음)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江非赤壁泛舟客(강비적벽범주객)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地近新豊沽酒人(지근신풍고주인)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今世英雄錢項羽(금세영웅전항우)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當時辯士酒蘇秦(당시변사주소진)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十里平沙岸上莎(십리평사안상사) 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素衣靑女哭如歌(소의청녀곡여가) 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可憐今日墳前酒(가련금일분전주) 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양득아랑수종화) 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 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 럼 들려 왔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失題(실제)제목을 잃어 버린 시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失題(실제) 제목을 잃어 버린 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수많은 운자가운데 하필이면'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그'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 를 부르다니. 一夜宿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장단지멱)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 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 어가는 나그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難貧(난빈) 가난이 죄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難貧(난빈)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견부)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風俗薄(풍속박)야박한 풍속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風俗薄(풍속박)야박한 풍속 斜陽鼓立兩柴扉(사양고립양시비)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三被主人手却揮(삼피주인수각휘) 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杜宇亦知風俗薄(두우역지풍속박) 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隔林啼送不如歸(격림제송불여귀) 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無題(무제) 죽 한그릇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無題(무제) 죽 한그릇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 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二十樹下(이십수하)스무나무 아래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二十樹下(이십수하) 스무나무 아래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四十家中五十食(사십가중오십식) 마흔 집안에서 쉰 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인간개유칠십사)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식)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韻詩(운시)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韻詩(운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하고많은 운자 중에 하필이면 '멱'자인고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저 멱자도 어려운데 또 다시'멱'자인가? 一夜肅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하룻밤 쉬어 감이 '멱'자 운에 달렸으니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당단지멱) 시골 훈장 아는 자는 '멱'자뿐인가 하노라 * 김삿갓이 어느 시골 서당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청을 하자 훈장은 시를 지을 줄 아느냐며 '멱'자를 운으로 시를 짓게 하였다. 이에 김삿갓이 시골 훈장도 놀릴 겸 '멱'자 운으로 시를 지었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객(客) 나그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객(客) 나그네 千里行裝付一祠(천리행장부일사) 천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돌다 보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주머니에 남은 돈이라곤 옆전 일곱닢이 전부이네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그래도 너만은 주머니 속 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석양 황혼에 술집앞에 이르니 어이 그냥 지나치리오 * 떠도는 나그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낭만적인 시이다. 지팡이 끝에 낡은 행장을 달아매고 동가식 서가숙 하는 나그네가 황혼 무렵에 찾아든 주막을 앞에 두고 여정을 푸는 운치있는 모습을 그려 볼 수있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내기시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내기시 主人呼韻太環銅(주인호운태환동) 주인이 부르는 운자가 너무 '고리'고 '구리'니 我不以音以鳥態(아불이음이조태) 나는 음으로 하지 않고 '새김'으로 해야겠다. 濁酒一盆速速來(탁주일분속속래) 막걸리 한동이를 재빨리 가져오게 今番來期尺四蚣(금번래기척사공) 이번 '내기'에는 '자네'가 진 것이네 * 어느 고을에서 김삿갓이 시를 잘 한다는 시객과 막걸리 내기를 하였는데 시객이 운자로 '銅' '態 '蚣'을 부르자 김삿갓 이 그 운을 부르는대로 시로써 답을 하여 막걸리를 얻어 먹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