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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曉起步月(효기보월) 새벽에 일어나 달빛 아래 거닐다

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曉起步月(효기보월) 새벽에 일어나 달빛 아래 거닐다 燈花落盡夜如年(등화락진야여년)등불 다 타고 나자 밤이 너무나 길어 黙坐思鄕更杳然(묵좌사향갱묘연)말없이 앉아 고향 그리워하며 생각하니 더욱 아물아물 하네 聽到曉鷄猶不寐(청도효계부불매)새벽닭이 울 때까지 여전히 잠 못 이루다가 獨來看月五更天(독래간월오경천)홀로 나와서 새벽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네

蛟山 許筠(교산 허균). 贈輝上人 1 (증휘상인 1) 휘 상인에게

蛟山 許筠(교산 허균).    贈輝上人 1 (증휘상인 1) 휘 상인에게 淸坐香臺萬慮空(청좌향대만려공)맑게 앉은 향대에 맑게 앉아 온갖 생각 사라지고風箏無語閉花宮(풍쟁무어폐화궁)풍경소리에 사람소리 하나 없고 꽃핀궁궐 닫혀있다雲收疊嶂千層碧(운수첩장천층벽)첩첩한 산봉우리에 구름걷혀 층층이 푸르고霜落疏林一半紅(상낙소림일반홍)성긴 숲에 서리 내려 절반이나 붉어졌는데病後參禪渾得趣(병후참선혼득취)병 나은 뒤에 참선하니 멋을 사뭇 알겠는데愁來覓句未全工(수래멱구미전공)시름 속에 시 지으려니 지어지지 않는구나扶桑浴日看還厭(부상욕일간환염)동해에 씻은 해를 질리도록 보고臥聽濤聲蹙地雄(와청도성축지웅)웅장한 파도 소리는 누워서 듣고 있도다

교산 허균(1569) 2024.05.21

石洲 權韠(석주 권필). 秋夜( 추야 )가을밤

石洲 權韠(석주 권필).    秋夜( 추야 )가을밤 凄凄風露覺秋深 (처처풍로각추시)차갑고 쓸쓸한 바람과 이슬에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알겠는데 一夜寒聲在竹林 (일야한성제죽림) 하룻밤 댓잎 사각거리는 소리가 대나무 숲에서 들리네. 除却平生管城子 (제각평생관성자) 한평생 벗으로 지내온 붓을 제외하고는 更無人會此時心 (경무인회차시심)지금 내 마음에 흐뭇하게 들어맞는 사람 아무도 없네.

象村 申欽(상촌 신흠). 雨後 2(우후 2) 비 내린 뒤

象村 申欽(상촌 신흠).    雨後 2(우후 2)  비 내린 뒤  山郭初晴後(산곽초청후) 산 성곽에 비 막 개인 뒤幽居正掩關(유거정엄관) 그윽한 집에 지금 문 닫았노라殘虹斜度漢(잔홍사도한) 무지개는 은하수 가로지르고淺溜曲成灣(천류곡성만) 얕은 물은 물굽이를 이뤘도다倦鳥尋巢早(권조심소조) 피곤한 새는 일찍 둥지를 찾고歸雲出壑閑(귀운출학한) 돌아오는 구름은 한가히 골짝을 나온다沈吟有餘意(침음유여의) 말 밖의 뜻을 노래하는데落日下孱顔(락일하잔안) 석양은 험준한 산마루를 내려온다

상촌 신흠(1566) 2024.05.21

月沙 李廷龜(월사 이정구). 過江口占 2(과강구점 2) 강을 건너며 즉석에서 짓다

月沙 李廷龜(월사 이정구).    過江口占  2(과강구점  2)강을 건너며 즉석에서 짓다  津亭草草罷行筵(진정초초파행연)나루터 정자에서 대충대충 술자리 마치니 日暮官僮拜馬前(일모관동배마전)저물녘 관가에서 일하는 아이가 말 앞에서 절하네 不是恩情難別處(불시은정난별처)인정 어린 마음 대문에 헤어지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 臨岐自覺意處然(임기자각의처연)갈림길에 이르니 저절로 마음이 애달프고 구슬퍼지는 것을 는끼네

芝峯 李睟光(지봉 이수광). 白雪曲(백설곡) 흰눈노래

芝峯 李睟光(지봉 이수광).    白雪曲(백설곡) 흰눈노래  窓前今夜雪(창전금야설)창가에 오늘 밤 눈이 내렸는지 滿地白皚皚(만지백애애)온 땅 가득 허옇구나 見影方知月(견영방지월)그림자를 보고 바야흐로 달이 뜬 것을 알았고 聞香始辨梅(문향시변매)향기를 맡고서야 비로소 매화꽃 핀 것을 알았네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夢小兒(몽소아) 꿈에 어린 자식을 보다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夢小兒(몽소아) 꿈에 어린 자식을 보다 去國一身危(거국일신위)나라를 떠나온 이 한 몸 위태롭기만 한데 懷歸雙鬢絲(회귀쌍빈사)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양쪽 귀밑털이 줄어들었네 小兒啼入夢(소아제입몽)어린 자식이 꿈속에서 울고 있었는데 王事杳離期(왕사묘리기)나랏일이 아득하여 만나게 될 날 기약하기 어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