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291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贈妓(증기) 기생에게 지어 주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贈妓(증기) 기생에게 지어 주다  却把難同調(각파난동조)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還爲一席親(환위일석친)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酒仙交市隱(주선교시은)주선(酒仙)이 시은(市隱)과 사귀는데女俠是文人(여협시문인)이 여협객은 문장가일세.太半衿期合(태반금기합)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成三意態新(성삼의태신)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相携東郭月(상휴동곽월)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醉倒落梅春(취도락매춘)매화꽃 떨어지듯 취해서 쓰러지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立秋 (입추)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立秋 (입추) 野情老去最宜秋(야정노거최의추)시골 사는 맛은 늙으니 가을이 가장 좋아  冷逕蓬蒿少熱流(냉경봉호소열유)찬 오솔길의 다북쑥에는 열기가 적어졌네.  卽看曳履歌商處(즉간예이가상처)신 끌고 상성을 노래하는 곳으로 나가보면  已放금蟬出一頭(이방금선출일두) 한 마리 매미가 이미 목을 뽑아 노래하네.

紫蝦 申緯(자하 신위). 子規啼(자규제)두견새 울음

紫蝦 申緯(자하 신위).    子規啼(자규제)두견새 울음 梨花月白五更天(이화월백오갱천) : 배꽃에 달 밝은 오경의 하늘 啼血聲聲怨杜鵑(제혈성성원두견) : 피 토하며 우는 소리들은 원망하는 두견새소리 儘覺多情原是病(진각다정원시병) : 다정이 원래 병인 것을 깨달아 不關人事不成眠(불관인사불성면) : 사람의 일 아닌데도 잠 못 이룬다

자하 신위(1769) 2024.05.31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紀行絶句 6(기행절구 6) 旅行 동안에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읊은 절구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紀行絶句 6(기행절구 6)旅行 동안에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읊은 절구 도안산섬촌(到安山剡村) : 안산安山의 섬촌에 이르러  海門西望積雲霞(해문서망적운하) 서쪽 해협海峽을 바라보니 구름과 노을이 머무르고 蕭瑟村墟或數家(소슬촌허혹수가) 쓸쓸한 마을에는 몇 집만 남아 있네. 前月潮多堤水破(전월조석제수파) 지난달 밀물이 넘치는 바람에 둑이 무너져  野人辛苦集鉏鋘(야인신고집서오) 시골 사람들이 호미와 가래 들고 모여 몹시 애쓰는구나.

弘齋 正祖(홍재 정조). 示或人(시혹인) 어떤 사람에게 보이다

弘齋 正祖(홍재 정조).   示或人(시혹인) 어떤 사람에게 보이다 漢津舘外水如天 (한진관외수여천)한진관漢津舘 밖의 강물은 하늘빛과 똑같고 軟綠輕紅十里連 (연록경홍십리연)연초록빛과 연분홍빛이 저 멀리까지 이어졌네. 去棹來檣紛似織 (거도래장분사직)배들은 베를 짜듯 어지럽게 오가는데 浦歌強半是漁船 (포가강반시어선)포구의 노랫소리 반 이상은 고깃배에서 들리네.

정 조 (1752) 2024.05.31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柴門有見(시문유견) 사립문에서 보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柴門有見(시문유견) 사립문에서 보다 短策誰家僕박(단책수가복)누구네 집 종이 짧은 채찍으로 駒驢小雨中(구려소우중)가랑비 속에 나귀를 모는가 問從那裡到(문종나리도)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手指南山楓(수지남산풍)손으로 남산의 단풍을 가리키는 구나

無名子 尹 愭(무명자 윤 기). 영교목(詠喬木) 큰키나무를 읊다

無名子 尹 愭(무명자 윤 기).   영교목(詠喬木) 큰키나무를 읊다 千劫蒼松半無枝 (천겁창송반무지)오랜 세월 살아온 푸른 소나무, 가지가 반半밖에 남지 않았는데 歲寒猶有後凋姿 (세한유유후조차)맹猛추위에도 여전히 늦게 시드는 모습을 지니고 있네. 森森直榦昂霄立 (삼삼직간앙소립)빽빽이 우거져 무성茂盛한 곧은 줄기가 하늘 높이 서 있으니 大廈棟樑舍爾誰 (지하동량사이수)크고 넓은 집의 기둥을 네가 아니면 무엇으로 만들겠는가.

石北 申光洙(석북 신광수). 美人圖 4(미인도 4) 미인도

石北 申光洙(석북 신광수).   美人圖 4(미인도 4) 미인도  墻外杏花斜一枝(장외행화사일지) : 담장 밖, 기운 살구 가지 하나​春心約莫畏人知(춘심약막외인지) : 봄날 마음의 약속 누가 알까 두려운 듯. 無端步立春風下(무단보립춘풍하) : 무단히 봄바람 아래 나와 서 있으니 却似西廂待月時(각사서상대월시) : 서편 곁채에서 달마중 하는 듯 하여라

樵隱 李仁復(초은 이인복). 錄鎭邊軍人語 5수(녹진변군인어 5수) 군영 군인의 말

樵隱 李仁復(초은 이인복).    錄鎭邊軍人語 5수(녹진변군인어 5수)군영 군인의 말 [ 제 1 수 ]我本農家子(아본농가자) : 나는 본래 농민의 아들今來戍海壖(금래수해연) : 이제 바다 땅을 지킨다​每見風色惡(매견풍색악) : 바람 기색 나쁜 것을 볼 때마다​怕上耀兵船(파상요병선) : 열병선에 오르기를 두려워 한다 [ 제 2 수 ]深院春光暖(심원춘광난) : 깊은 진영 안 봄빛은 따뜻하고崇臺月影淸(숭대월영청) : 높은 누대에는 달빛이 맑기 만하다​向來歌舞地(향래가무지) : 지난 때 노래와 춤추던 곳이​戰鼓有新聲(전고유신성) : 전쟁의 북소리 새 노래를 울린다 [ 제 3 수 ]烽火遙傳警(봉화요전경) : 봉화는 멀리서 경보를 전하는데弓刀卽啓行(궁도즉계행) : 활과 칼을 갖추고 곧 출정하려한다​休言今賊易(휴언금..

서체별 병풍 2024.05.30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和敬明(화경명) 셋째 아우 경명 김창즙 에게 화답하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和敬明(화경명)셋째 아우 경명 김창즙 에게 화답하다  海晏輕鷗不避橈(해안경구불피요)굽은 뱃길을 무릅쓰고 가볍게 나는 갈매기와 함께 잔잔한 바다로 접어드는데 風吹春服好飄飄(풍취춘복호표표)바람 불자 봄옷이 팔랑팔랑 나부끼네 相看喜色浮眉字(상간희색부미자)서로 바라보니 기뻐하는 얼굴빛이 이마의 눈썹 근처에 떠오르는데 早有奇峯出遠霄(조유기봉출월소)이상하고 신기하게 생긴 봉우리가 먼 하늘에서 벌써 솟아오르네

潛叟 朴世堂[잠수 박세당]. 觀 獵 (관 렵) 사냥하는 것을 보며

潛叟 朴世堂[잠수 박세당].    觀 獵 (관 렵) 사냥하는 것을 보며  角聲吹破馬頭雲(각성취파마두운)뿔피리 소리가 말 머리의 구름을 불어 날리고 罷獵歸來日尙曛(파렵귀래일상훈)사냥 끝내고 돌아오는데 해가 아직 어스레하네 一蔟旌旗隨陣入(일족정기수집입)한 무리의 깃발이 대열을 따랄 들어오는네 路人遙認李將軍(로인요인이장군)길에 오가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이 장군을 알아보네

明齋 尹 拯(명재 윤 증). 曉 行 (효 행) 새벽에 길을 떠나며

明齋 尹 拯(명재 윤 증).   曉 行 (효 행) 새벽에 길을 떠나며 滿衣霜片滿鬢冰(만의상편만빈빙)옷에는 서리 부스러기가 가득 수염에는 얼음이 가득해서 觸面寒風曉轉稜(촉면한풍효전릉)얼굴을 찌르는 찬바람이 새벽 되니 더 매 섭네 忽念平生憂疾戒(홀념평생우질계)일평생 근심과 병을 조심하라던 말씀이 문득 생각나 不堪淸血下霑膺(불감청혈하점응)피눈물이 가슴을 적시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네

農齋 李翊 (농재 이익). 苦 熱 2(고 열 2) 무더위

農齋 李翊 (농재 이익).    苦 熱 2(고 열 2)  무더위 渾身竟日汗漿流(혼신경일한장류)온종일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니 揮扇功高不暫休(휘선공고불잠휴)부채질하는 것이 그나마 시원하니 잠시도 쉽지않네 想到夏畦人正炳(상도하휴인정병)여름에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 참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니 茅廬雖窄亦寬愁(모려수착역관수)초가집이 비록 좁아도 또한 시름겨워하지 말아야겠구나

농재 이익(1629) 2024.05.30

尤庵 宋時烈(우암 송시열). 次舟村詠楓韻(차주촌영풍운) 주촌 신만의 詠楓(단풍을 읊다)시에 차운하다

尤庵 宋時烈(우암 송시열).    次舟村詠楓韻(차주촌영풍운)주촌 신만의 詠楓(단풍을 읊다)시에 차운하다  遙知二三子(요지이삼자)멀리서도 알겠네 두세 사람이 讀書坐溪濱(독서좌계빈)시냇가에 앉아 책을 읽을 것이니 時栽石罅樹(시제석하수)이따금 바위틈에 심은 나무도 生意暗中新(생의암중신)어둠 속에서 생기가 새로 우리라는 것을

東冥 鄭斗卿(동명 정두경). 賀吳逸少翮登第(하오일소핵등제) 逸少 오핵이 과거에 급제한 것을 祝賀하며

東冥 鄭斗卿(동명 정두경).    賀吳逸少翮登第(하오일소핵등제)逸少 오핵吳翮이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한 것을 祝賀하며  天上姮娥殿 (천상항아전)하늘 위 항아姮娥가 사는 궁궐宮闕에는 常懸明月輝 (상현명월휘)늘 밝은 달이 환하게 빛나며 달려 있네. 月中吳質在 (월중오질재)그 달 속에 신선神仙 오강吳剛이 있어 偸折桂花歸 (투절계화귀)계수나무 꽃을 남몰래 꺾어 가지고 돌아왔구나.

孤山 尹善道(고산 윤선도). 對月思親 2(대월사친 2) 달을 마주보고 어버이를 그리워하며 생각하다

孤山 尹善道(고산 윤선도).    對月思親  2(대월사친  2)달을 마주보고 어버이를 그리워하며 생각하다  楸城明月擧頭看(추성명월거두간)추성 위에 뜬 밝은 달을 머리 들어 바라보니 月照東湖也一般(월조동호야일반)동호를 비추던 그 달과 같은 모습이네 姮娥若許掀簾語(항아약허흔겸어)주렴을 걷어 올리고 항아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欲問高堂宿食安(욕문고당숙식안)어버이께서 잘 주무시고 잘 드시는지 묻고 싶네

澤堂 李植( 택당 이식). 述病篇 2(술병편 2) 병에 대하여

澤堂 李植( 택당 이식).    述病篇  2(술병편  2) 병에 대하여 弱齡抱沈痾(약령포심아) : 나는 약관의 나이에 고질병에 걸려閉門動一紀(폐문동일기) : 문 닫고 십여 년을 보냈단다.及瘳已衰暮(급추이쇠모) : 병 나을 때는 벌써 늙은이가 되어世事行已矣(세사항이의) : 세상일은 이미 끝나고 말았구나.君同隱侯籍(군동은후적) : 그대도 은후 심약과 같은 부류이니文雅亦相似(문아역상사) : 문아한 자질 역시 서로가 흡사하다.更聞不勝衣(갱문부승의) : 다시금 듣자니 옷 무게 감당 못하니造物眞戲耳(조물진희이) : 조물주 정말로 장난스럽구나.高歌河上曲(고가하상곡) : 하상곡을 속 시원히 불러보시게向來多此士(향내다차사) : 과거에 위로받을 인사들도 많았었니라

택당 이식(1584) 2024.05.29

玉潭 李應禧(옥담 이응희). 詠群鳥 5(영군조 5) 뭇 새들을 읊다 鸚鵡앵무(앵무새)

玉潭 李應禧(옥담 이응희).    詠群鳥 5(영군조 5) 뭇 새들을 읊다 鸚鵡앵무(앵무새) 百鳥從天放(백조종천방)온갖 새들은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惟君獨閉籠(유군독폐롱)오직 너만 홀로 새장에 갇혀 있구나 能言階禍難(능언계화난)말 잘하는 것이 재앙과 환난을 불렀으니‘ 何處訴心衷(하처소심충)어디에 가서 네 속마음을 호소하랴

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悶 旱 (민 한) 가뭄을 걱정하다

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悶 旱 (민 한) 가뭄을 걱정하다  端陽不雨自正朝(단양불우자정조)정월 초하루부터 내리지 않은 비가 단오까지 이어지니 火日流金石欲焦(화일류금석욕초)쇠를 녹일 듯 타오르는 해에 돌오 그을린 듯하네 誰閉龍師閑袖手(수폐룡사한수수)누가 용을 가두어서 한가롭게 팔짱 끼게 했나 漫勞橫目望雲霄(만로횡목망운소)제멋대로 눈을 굴리면서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네

蛟山 許筠(교산 허균). 贈輝上人 2 (증휘상인 2) 휘 상인에게

蛟山 許筠(교산 허균).    贈輝上人 2 (증휘상인 2) 휘 상인에게 曾脫禪衣挂鐵衣(증탈선의괘철의)일찍이 스님 옷 벗고 갑옷을 바꿔 입고西都初解百重圍(서도초해백중위)백 겹의 포위망을 처음으로 서도에서 풀었도다魔軍已伏神通力(마군이복신통력)신통한 힘으로 마귀 같은 적군 굴복되고妙悟猶存過量機(묘오유존과량기)오묘한 깨우침은 과인한 기량의 기틀이 있었도다金鎖綠沈抛壯志(금쇄녹침포장지)금쇄 녹침이라 장대한 뜻을 포기하고佛香經卷返眞依(불향경권반진의)부처라 불경이라 참 뜻으로 돌아왔어라憐渠足了男兒事(련거족료남아사)어여뻐라 너느 족히 사나이 일을 마쳤으니莫剪長髭掩石扉(막전장자엄석비)돌문을 닫아걸고 긴 수염일랑 자르지 말라

교산 허균(1569) 2024.05.29

石洲 權韠(석주 권필). 過松都口占(과송도구점) 송도松都에 들렀다가 즉석에서 짓다

石洲 權韠(석주 권필).   過松都口占(과송도구점)송도松都에 들렀다가 즉석에서 짓다  城池寂寞古臺荒 (성지적막고대황)성城 주위 연못은 고요하고 오래된 대臺는 거칠고 쓸쓸한데 樹木無言送夕陽 (수목무언송석양)살아 있는 나무는 말없이 저무는 해를 배웅하네. 牛背小童橫短笛 (우배소동횡단적)소 등에 탄 어린아이는 짧은 피리 불어 대지만 不知人世有興亡 (부지인세유흥망)인간 세상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알지 못하네.